============= 정 보 =============

      
- 도서명 :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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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 정약용 저 | 박석무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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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 창비
      - 출간일 : 2009년 10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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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36471712
      - 페이지 수: 332쪽
      - 정가 : 1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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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 신승자(TB사업본부)

터키 동부 여행 중에 부디스트인 캐나다 여자 분을 만난 적이 있다. 그땐 이런저런-되지도 않는- 발 딛으면 헤어나오기 힘든 일반화 논리라는 풀장에서 자유형부터 버터플라이까지 해가며 동네 수영장 수준의 가치관에 빠져있던 때라, 금발을 휘날리며 불교 교리에 대해 머라머라 하는 외국사람이 여간 신기한게 아니었다. 불교하면 동양인인 나조차 소림사와 부처님 오신 날에 절밥 정도만 떠오르는 수준인데, 자세히는 모르겠으나 무언가 굉장히 심도 있어 보였기 때문에, 헤어지고 나서도 오랫동안 그분에 대해 생각을 하게 됐다.

그때 나는 좀 더 동부로 들어가야 하는 작은 도시에 그곳에만 산다는 유명한 고양이를 만나러 가던 길이었고, 그 여자분은 터키 동부에 주로 모여 살고 있는 쿠르드족에 대해 알아보고 싶어서 들렀다고 했다. 쿠르드족은 티베트나 팔레스타인 사람들처럼 잘 살고 있다가 느닷없이 자기네 땅을 뺏긴 민족으로 설움보다는 폭탄테러로 전세계 사람들 입에 더 많이 오르내리는 사람들이다. 우린 함께 23일 정도를 지내고 헤어졌는데 어쩐지 뭔지 모를 짠함이 쉽게 가시질 않았다
.

그때 처음으로 같은 상황에서 사람들 마다 만들어내는생각의 가치와 그 가치에 따라 달라지는행동의 차이에 대해 생각을 해봤던 것 같다. 분명 우린 쿠르드족 아저씨가 운영하는 작은 산장에서 같이 머물고, 같은 수프를 떠먹고 있었는데 그러한 일련의 모든 상황들이 그 여자분과 나의 뇌를 통과해 무언가를 만들어내면 그 결과의 차이는 엄청난 것이겠지? 라는 것이 오랜 짠함의 결론이었다
.

저 서론으로 세단락에 Word 반 페이지가 모두 차버렸는데, 나의 뇌에서 나온 결과는 아쉽게도 고작 저 반 페이지가 다 인 채로 끝나버렸다. 이런 단어는 바람직하지 않지만, 핑계라는 단어를 빌어, 주변의 상황에 대해 모두 헤아리기엔 난 너무 오지랖이 협소하고, 잠도 모자라고, 집도 너무 멀고라는 생각만 하고는, 내가 맞닥뜨리는 상황상황을 그냥 흘려 보내며 지내왔고 지금도 그러고 있다
.

하지만 우리 다산정약용은 역시 달랐다.-나와 같을 수 없겠지만…- 글을 써내려 갈 때도, 쓴 글을 한데 모을 때도, 주변에서 안 좋은 소식을 들었을 때도, 심지어 채소밭에 파가 있고 방에 식초가 있는 흔한 상황에도-이럴 땐 개를 잡을 차례라는 구절이 있다- 상황을 지나쳐 버리지 않았다. 그런 모든 것들에서 의미를 체득하여 행동하고, 자식들에게 충고를 할 때 사용했으며, 후대에 기리 남을 수 있도록 집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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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정약용만의 훌륭한 점은 분야나 귀함과 천함을 막론하고-그때 당시 일반적인 사상측면에서- 사물이나 정황 하나하나를 눈 여겨 보고 연구하여 얻을 것과 버릴 것을 골라내고 실제로 그렇게 행동 했다는 것이다. 이렇게 지적 수준과 타인을 대할 때의 심성, 올곧은 소신, 그러면서도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고 틀린 것은 쿨하게 지적할 줄 아는 융통성을 지닌 인류역사상 몇 안될 법한 훌륭한 위인이 나와 같은 민족이라는 사실이, 뿌듯하다는 말의 의미를 몸소 체험할 수 있게 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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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예나 지금이나 우리가 지켜야 할 근본적인 가치에 대한 구절은 포스트잇을 붙여가며 읽어 내려갔다. ‘임금을 섬기는 데는 임금의 총애를 받는 것 보다 존경을 받는 것이 중요하고, 임금을 기쁘게 해주는 사람이 되기보다는 신뢰를 받는 사람이 되는 것이 중요하다’, ‘남이 알지 못하게 하려거든 그 일을 하지 말고, 남이 듣지 못하게 하려면 그 말을 하지 않는 것이 제일이다.’, ‘몸소 행하는 일이 공손하고 예의가 바르면 훌륭하다는 칭찬이 나오고, 훌륭하다는 칭찬이 나오면 하늘의 복록이 이르기 마련이다.’등등 지금도 그 가치가 중요시 되는 문구로 그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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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나는 터키 동부의 작은 도시에서 깨달았던나에게 주어질 모든 상황들을 맞이할 때 만들어내는 생각들의 가치를 쓸모 있는 것으로 만들어 낼 수 있는 그런 0.0001% 즈음은 다산의 기질을 닮은 모습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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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인터랙티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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